어릴 적 우리 집에는 책이 넘쳐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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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몰라도 책은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셨는지 항상 책을 많이 사주셨습니다. 전집형식으로 책을 사다 보니 각 방의 책장에 책은 항상 가득하고 책을 수납할 공간이 없어서 방구석이나 다락방에 책을 쌓아두기도 했습니다.

동생이랑 저는 닥치는 데로 읽어댔죠. 초등, 중등학교 시절에는 방과 후 버릇처럼 집에서 책을 한두 권씩은 꼭 보게 되더라구요. 책 읽는 속도와 읽은 책의 수를 따지면 당시 반 아이들 중 최고였을 겁니다. 습관화 된 책읽기는 밖에서 노는 것 보다 TV를 보는 것 보다 훨씬 매력적인 저의 여가활동이 되었죠.

하지만, 책 읽는 속도와 많은 수의 책을 읽은 것에 비해 책내용이 기억이 나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책을 손에서 놓은 지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당시 책 읽는 습관이 잘못 되었던 게 가장 큰 이유일듯 합니다.

읽어보고 싶은 책이 항상 넘치다 보니 현재 보는 책을 빨리 읽고 다른 것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아 한 권의 책을 읽어도 머리에 담아 놓지를 못하는게 가장 큰 이유일듯 합니다. 물론 재밌는 책들은 여러 번에 걸쳐서 읽었지만 대부분의 책은 한번 보면 다시 읽어지지가 않더군요. 항상 새책이 기다리고 있어서 그런듯합니다.

독후감같은 것도 초등학교 4학년 때 남북에 관한 동화를 보고 딱 한 번 자발적으로 적어 본 듯합니다. 책의 끝 부분에 원고지 형식으로 몇 장의 공간이 있었는데 그곳에 적혀져 있는 제 글을 보고 부모님들이 네가 쓴 글이냐며 조금 놀라워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무튼, 속독이 몸에 배어서 유리했던 것은 수능형식의 시험이었습니다.
고등학교때 수능 모의고사를 치르는데 그날 자리가 칠판 바로 밑이었습니다. 언어영역을 치르고 남는 시간에 엎드려 자다가 종이 울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다 칠판 밑의 칠판지우개 놓는 곳에 머리를 쾅하고 부딪혀서 반 아이들이 모두 놀랬던 기억도 나네요. 항상 언어영역은 15분정도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이렇듯 속독은 좋은데 문제점은 책의 내용이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기억이 안 나는것입니다.-_-; 제 동생 같은 경우는 저보다 어릴 때부터 책을 읽어서 그런지 속독도 저보다 빠르고 책의 내용도 잘 기억하던데 전 [각주:1]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기억이 잘 안나더군요. 그 당시 본 책의 한 구절 중에서 가장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 것은 [wk]쿠오바디스[/wk]([wp]Quo Vadis[/wp])의 마지막 글귀였습니다. 베드로인지 바울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 중의 한 명이 한 말인 쿠오 바디스, 도미네?(Quo Vadis, domine?) 라는 말인데 이 글귀는 이상하게 잊히지가 않더군요. 삽화에 그려진 여자 주인공 리기아가 예뻐서 그런가 ㅡ.ㅡ

저의 책읽기의 행진은 대학교 1학년 1학기 이후로 0이 되었습니다. 대학생이 되고 한 학기 동안 처음 받은 도서대출증을 다 채우고 새로운 대출증을 발급을 받아 사용했는데 2학기 이후로 책을 읽은 기억이 없군요. 보충 설명을 하자면 술과 담배를 알게 된 이후 군요. 지금까지 쭉~~~ -_-;;
이제는 책을 보면 머리부터 지끈거리기 시작합니다.

다시금 어린 시절의 책 읽는 열정을 되살리고 싶어집니다. 이제는 속독이 아니라 한권 한권을 제대로 읽는 능력을 키워야 할 듯합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어린이들에게 전집 형식의 책을 권하는 것보다 단권 형식으로 책을 하나씩 사주고 그 책을 여러 번 읽게 하는 게 더 나은 책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것 같습니다. 물론 머리가 좋은 아이들은 예외지만요.:)
  1. 중학교 때 실시한 IQ 검사에서 98이 나왔습니다. 당시 IQ는 선생님이 항상 들고 다니시던 출석부 비슷한 책의 번호옆에 적혀있었습니다. 물론 공개를 하시지 않으셨죠. 그래서 저랑 이름이 비슷한 친구와 같이 몰래 보고 왔는데 서로 자기 아이큐가 98이라고 우기고 다녔죠. 지금도 제 기억엔 제 번호 옆에 98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그 친구는 자기번호 옆에 98이라고 적혀있었다고 우겼습니다. 당시 번호가 제가 17번 친구가 18번이었습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hyunil 댕글댕글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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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희 집은 책이 많이(적당히는 있었는데..) 없어서 다른 친구들 집에 가면 놀기보다 책을 많이 봤던 것 같습니다. 집에 가기전에 다 봐야 한다는 생각에 무지하게 빨리 봤던 것 같네요. 그때의 속독 습관이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캐안습입니다.(없이 자라 생긴 버릇이군화 ^^;; )

    중학교 때 실시한 IQ 검사에 130이 나왔는데 막 찍었습니다. 그래서 그 때부터 IQ 수치 안믿습니다. -_-;; 어린 마음에 사회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 IQ 검사!

    2007.12.06 11:53 [ ADDR : EDIT/ DEL : REPLY ]
    • 헐...글 수정할 때 달리는 이 실시간 리플 ㄷㄷㄷ
      속독의 능력을 가져서 좋긴 한데 머리에 남는게 없다는게 문제였죠. 저는 ㅠㅠ 지금은 속독도 안되지만요.

      IQ문제로 아웅다웅했던 친구는 고등학교 졸업후에도 가끔 보면 술 먹으면서 저 이야기를 하며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IQ는 저도 잘 안 믿어요. 아니 믿기 싫어요 ㅋㅋ

      2007.12.06 11:56 [ ADDR : EDIT/ DEL ]
    • ㅎㅎ 서로 자기 집 비워두고 상대방 집에 놀러갔다왔네요. ^^ 식사 맛나게 하세요~

      2007.12.06 12:13 [ ADDR : EDIT/ DEL ]
    • ㅎㅎ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식사 맛나게 하세요~ 지금 식사시간대인건 맞나요? -_-

      2007.12.06 12:19 [ ADDR : EDIT/ DEL ]
  2. 책 읽는 습관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무조건 빨리, 많이 읽는다고
    좋은 건 아니로군요. 마지막 제안도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만듭니다.
    이 글 어디 추천할 수 있는 거 없나요? ^^;

    2007.12.06 15:06 [ ADDR : EDIT/ DEL : REPLY ]
    • 순전히 제 경험담이라서 다른 분들도 이런게 적용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많은 책을 설렁설렁 읽는 것 보다는 한권의 책이라도 열심히 생각하면서 보는게 더 도움이 될 듯 합니다^^

      방문해주시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어지님의 블로그도 가끔 들리는데 영화평론이 너무 어려워서 잘 눈에 안들어와요 ㅠㅠ

      2007.12.06 15:15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