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통해 보이는 부슬비를 보며 오늘은 간만에 일찍 가겠네라는 생각을 한다.
근래에 다시 늦잠이 늘어 다짐했던 버스타기를 계속 못하고 있어서 난 역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것이 안되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비록 택시를 타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고는 있지만 버스를 탈 수 있다는 생각에 창 밖으로 보이는 부슬비가 따뜻한 감성을 느끼게 해준다.

순간 소파와 바지 뒷주머니 사이에서의 미묘한 느낌이 나질 않는 다는 것을 느꼈다. 항상 지갑을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때문에 자리에 앉을 땐 지갑의 묵직한 느낌이 나는데 오늘은 민둥민둥 상쾌한 느낌만 난다. 설마 하는 생각에 뒷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지만 역시나 지갑이 없다. 다른 호주머니에도 가방에도 지갑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제 퇴근하고 책상위에 올려놓고 그대로 나온 것 같았다. 신의 도움인지 타고 있는 택시비를 낼 정도의 잔돈은 청바지 주머니에 있었다.

3500원의 전재산으로 택시비를 내고 내리니 900원이 남았다. 저기 멀리서 버스가 온다.
버스비는 2500원이다. 1600원이 모자란다. 몇 가지 생각을 해 본다.

버스 기사에게 사정을 해서 내일 준다고 하고 무임승차를 할까...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연락처를 주고 2000원을 빌려볼까...
버스에 아는 중학생 세명이 항상 타고 있는데 걔들한테 돈을 빌려 볼까...

셋다 쪽팔린다.

결국 버스타는 것을 포기하고 걸어서 근처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분의 집 근처로 내리는 부슬비를 우산도 펴지 않은채 맞으며 걸어갔다.

운수 좋은 날이라는 말이 갑자기 떠오른다.
Posted by hyunil 댕글댕글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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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 은 정반대죠 ㅋㅋ

    2008.07.04 10:52 [ ADDR : EDIT/ DEL : REPLY ]